드럼에는 힘이 있다. 한 번이라도 연주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멋진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한번쯤 드러머를 꿈꾸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드럼은 일상의 탈출을 꿈꾸게 해준다. 샐러리맨들에게 그런 유혹은 훨씬 더 강하다. 하지만 마음이 굴뚝 같아도 처지가 어디 호락호락한가.


일단 시간이 없다. 그리고 돈도 없다. 또 음악에 대해서 무지하다. 게다가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 배우려고 드니 ‘쪽팔리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이 4가지 조건에 모두 걸리는 직장인들을 위한 드럼 커뮤니티가 있다. 누구든지 편하게 와서 서로 사귀며 드럼을 배울 수 있는 드럼 동호회 ‘이지드럼’(http://www.ezdrum.co.kr/)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먼저 장벽을 깨고 들어간 ‘선배 드러머’들은 망설이고 있는 ‘후배 샐러리맨’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일단 한번, 저질러 보시라니깐요?”

건대입구역 대로변에 위치한 이지드럼 건대클럽의 문을 여니 열기에 가득 찬 드럼 소리가 튕겨져 나온다. 서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스트로크’ 연습이 한창이다. 양복을 입은 채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는 사람, 교복을 입은 학생, 트레이닝복을 입은 주부,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음악에 몰입해 박자에 온몸을 맡기며 연습용 고무패드를 두드려댄다.

“멜로디 악기는 수준이 다르면 두 사람 이상 같이 하기 힘들죠. 하지만 타악기는 기본 박자만 지키면 얼마든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연주할 수 있어요.” 이지드럼 건대클럽 운영자인 장세각(36)씨는 “연습하면서 음악과 함께 서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 드럼 연습의 매력”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한 음악에 맞춰 연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준은 각자 달랐다. 저마다 자기가 배운 만큼 드럼을 느끼며 두드린다. 설령 비슷한 수준이라 해도 같은 음악을 연주하는 드러머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음악을 느끼는 것이 다르듯이.

“어느 정도 기본기를 익히고 나면 나머지는 연습에 달려 있죠. 음악을 듣고 박자를 따라가면서 연습하면 나중에는 자기만의 드럼 연주를 하게 됩니다.”

드럼은 그냥 두드리기만 하면 될 것 같은 생각 때문에 꽤 만만해 보이지만, 결코 그리 만만치는 않다. 기본 자세를 익히는 것도 쉽지 않고, 다리와 팔놀림이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 리듬을 타려면 그만큼의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느냐고 많이들 물어옵니다. 답은 하나예요. 연습뿐입니다. 드럼 잘 치는 사람들은 그만큼 연습을 많이 했다는 뜻이죠.” 연습 없이 거저 얻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초보자라도 연습만 꾸준히 한다면 누구든지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또 드럼이기 때문이다. 장세각씨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4개월에서 6개월 정도 꾸준히 연습하면 기본적인 자세가 나온다”고 귀띔한다.

이지드럼은 다른 학원과는 달리 드럼 동호회이자 커뮤니티다. 그래서 특히 회원들 간의 친목이 돈독하다.

“드럼을 배우고 싶고, 또 음악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서로 잘 어울리게 돼요. 매일 앉아서 두세 시간씩 연습하는데 어떻게 안 친해질 수가 있겠어요?” 장세각씨는 “드럼도 배우고, 좋은 사람도 사귀고, 그래서 결혼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이지드럼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실제 장세각씨는 이지드럼에서 배우자를 만나 2년 전에 결혼했다. 그뿐이 아니다. 2개월 전에는 또 다른 이지드럼 커플이 탄생해 회원들의 축하를 받았다.


동호회 분위기로 자유롭게 운영된다고 해서 느슨하게 참여해도 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하루에 두세 시간씩 매일 연습을 한다. 연습 시간도 철저해서 50분 연습에 10분 휴식이다. 일단 연습에 들어가면 회원들은 50분 동안 음악에 맞춰 드럼 연습에 몰입하게 되고 이때는 어느 누구의 방해도 없다.

현재 이지드럼은 4곳에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데, 건대클럽을 비롯해 신촌클럽, 성남클럽, 목동클럽 등이 있다. 전체 클럽의 오프라인 회원은 약 150여명 정도.

회원으로 등록하면 매월 5만원(학생은 4만원, 30살 이상 직장인은 6만원)의 회비를 내야 하는데, 이는 이지드럼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경비 마련을 위한 것이다. 그외 준비물은 스틱만 있으면 된다. 스틱은 낙원상가 등에서 1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일단 클럽에 오면 기본적인 자세와 타법 등에 대해서 교육시켜 주지만, 그 다음부터는 회원들끼리 서로 사귀면서 그동안 갈고 닦은 여러 가지 드럼 노하우들을 나누는 상부상조식 레슨을 원칙으로 한다.

강사가 따로 없다고 해서 레슨 실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99년 이지드럼을 처음 만든 장세각씨는 동국대학교 그룹사운드 ‘백상’ 8기의 드러머 출신으로, 프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실력파다. 뿐만 아니라 2~3년 이상 꾸준히 연습해 프로 데뷔를 꿈꾸고 있는 연주자들도 여럿 된다.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윤아(27)씨는 초보자로 들어와 2년째 드럼을 하고 있다. 그는 “음악과 드럼이 너무 좋아 시작하게 됐다”며 “프로드러머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고교 1학년인 이준용군도 마찬가지다.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해 드럼을 치게 됐다”는 이준용군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해 지금은 고등학교를 아예 예체능계로 바꾸고 프로드러머의 길로 접어들었다.

물론 프로가 되겠다는 꿈보다 소박하게 즐기기 위해 드럼을 배우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2년 정도 드럼을 치고 있는 이형우씨는 “가족 음악회를 갖고 싶어서 드럼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제각각 드럼을 배우는 이유는 다르지만, 이들에게는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첫째, 음악이 좋고, 둘째 사람이 좋으며, 셋째 “드럼 없는 인생은 상상하기 싫다”는 것이다.

글 | 한정희 기자
출처 : [Economy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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